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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프로이트

프로이트 : 죽음충동과 반복강박 (쾌락 원칙을 넘어서 1920)

by φιλοσοφία 2025. 1. 21.

 죽음충동은 흔히 무(無)로 돌아가고자 하는 보수적인 본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와 다르게 죽음본능은 다양한 테마(상실된 어머니의 육체와 죽음에 대한 공포, 초자아와 죄의식, 나르시시즘, 파괴와 창조, 반복강박과 트라우마 등) 안에서 매우 심오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에서 필자는 반복강박과 트라우마라는 테마 하나만 설명하겠다.

 

 

 

<쾌락원칙을 넘어서> 속의 죽음본능과 반복 강박

   매우 심오하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죽음본능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쾌락원칙을 넘어서>에서 프로이트가 처음으로 제시했던 죽음본능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논문 이전까지 프로이트는 쾌락원칙이라는 원리를 통해 정신적 과정들을 설명했다. 정신분석에서 쾌-불쾌는 상징에 담겨져 있지 않거나, 다양한 증상으로 방출되지 않고 남아있는 리비도의 양이 증가하거나 감소함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쾌락원칙은 정신적 과정이 이 리비도의 양을 언제나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흔히 ptsd라고 하는 외상 신경성 환자들, 반복강박 환자들을 진료하고 <슬픔과 우울증>을 집필하며 쾌락 원칙으로 모든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마주했다. 이 쾌락원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상들은 하나같이 깊은 트라우마와 관련되어 있는데, 트라우마란 정신적인 항상성을 깨부수는 어떤 사건을 지칭한다. 외부적인 자극들을 미리 예견하고 회피하고 순화시켜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신경계의 목적 중 하나이지만, 예상치 못한 강한 자극과 함께 항상성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이 강렬한 자극을 받았던 그 사건을 반복적으로-강박적으로 되풀이하고 있었다(ptsd환자의 악몽이나 발작 등). 프로이트는 외상적인 사건의 고착과 이를 반복하는 강박 행위를 소화되지 않은 자극과 불안을 방출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과, 불안을 생성하고 되새김으로써 추후 그러한 자극을 다스리려는 정신의 시도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프로이트는 반복 강박이 일차 과정과 이차 과정이라는 두 가지 양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구분한다. <Fort-Da 놀이>는 아이가 어머니를 상실한 그 트라우마적인 사건을 소화하기 위해 그 사건을 구조적이고 상징적인 놀이로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죽음본능은 이차과정에 의해 가공되었다. 그러나 ptsd환자가 강박적으로 트라우마를 일으킨 그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상징적으로 묶여지지 않은 죽음본능에 의해 지배된다.

(추후에 멜라니 클라인은 아동들의 놀이 속에 있는 죽음본능과 환상을 분석함으로써 이 논의를 발전시켰다)

 

   정리하자면 반복강박은 항상성을 깨뜨렸던 그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그 되돌아가는 지점, 즉 트라우마는 긴장이 제로였던 무(無)의 상태에서 변화를 상징하는 생(生)의 상태로 이행하는 범죄적인 사건이다. 반복강박이 주는 만족감은 바로 <무無>를 향한 죽음본능의 만족감인 것이다. 환자가 반복 강박으로 말미암아 긴장의 부재를 누리고 트라우마로 인해 상실한 전체성을 재발견한다는 의미에서 죽음본능은 반복강박이라는 테마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