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1909)과 거세 공포, 어린아이의 성 이론
이 글은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에 대한 요약이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을 통해 유아들이 기질적으로 성욕을 가진다는 견해를 본격적으로 사례에 적용했으며, 그 성욕이 거세 공포라는 금지와 만나며 어떻게 증상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하여 서술한다.
프로이트의 저작은 한 권이 아니라 수십권이다. 그는 정신분석을 만든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글을 썼으며, 이 긴 세월동안 정신분석 개념들은 발전했고 수정되었다. 우리가 프로이트의 1차 저작을 읽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런 긴 시간과 역사에 근거한 변화무쌍한 이론과 개념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역사적인 프로이트의 저작들을 읽을 때, 그가 어느 이론적 체계를 가지고 환자를 분석했는지, 그 환자로부터 무엇을 얻어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다섯 살 배기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은 1909년 발표된 논문이며 프로이트는 한스를 분석할 때 그 이전의 글들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나 『어린아이의 성 이론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유아 성욕’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관점에서 공포증을 풀고 있다.
프로이트의 사례를 난생 처음 접한 사람, 혹은 1차자료를 접해보지 않은 상담사들은 이 글을 읽고 당황하거나 말도 안된다고 화를 낼 수도 있다. 프로이트는 성적인 소망과 위협,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론으로 한스를 환원시킨다. 그러나 우리가 프로이트를 읽는 이유는 그와 같이 내담자를 분석하고 성이라는 지평으로 환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공포증이라는 증상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며, 내담자 자신도 모르는 내담자의 깊은 감정을 알아차려 공감하고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기 위해서이다.
한스의 이슈와 증상
한스는 어머니와의 1차적 동일시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신경증이 발생했다. 따라서 한스의 주된 이슈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욕망>이다. (프로이트,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38)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남아와 여아는 모두 어머니와의 융합 과정을 겪는다. 이것이 1차적 동일시이다. 하지만 유아는 성장해야 한다. 어머니와 자신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폐쇄적인 관계만을 가지는 1차적 동일시의 관계에서,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통해(2차적 동일시 즉,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극복) 거세 공포와 1차적 동일시를 극복하고 대상 선택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프로이트는 한스가 1차적 동일시를 억압하는 단계에서 공포증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서술한다. 즉, 1차적 동일시에 대한 욕망이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통해 제대로 억압되지 않은 것이다. 왜 1차적 동일시를 억압하는게 힘들까? 아이는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어머니의 돌봄을 받는다. 이 시기(1차적 동일시)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이다. 아이는 편하게 누워서 어머니의 적응적인 돌봄만 받으면 되고, 요구만 하면 된다. 그러나 아이는 곧 자기보다 큰 남성인 아버지의 거세 위협을 견뎌내고 아버지를 동일시하여 어머니의 자궁을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야만 한다. 어머니-아이-아버지 사이의 이러한 삼각관계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프로이트가 봤을 때 모든 사례의 원인은 이 삼자관계 안에서 발생하며, 한스 또한 그런 것이다.
한스의 첫 번째 증상을 살펴보자.
그는 흰 말이 그를 물지도 모른다는 아주 구체적인 공포를 표명했다. 그 내용은 <말들이 자꾸만 물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로부터 얼마 뒤 한스는 말이 자기를 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문덴에서 받았던 인상에서 시작됨을 알게 되었다. 어떤 아버지가 마차를 타고 출발하려는 딸에게 <말 입에 손을 넣지 말거라. 손을 집어넣으면 말이 문다>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그 아버지의 경고의 말을 옮길 때 쓴 한스의 어법이 예전에 그의 자위 행위에 대해서 경고했을 때 그의 부모가 쓴 어법을 연상시킨다. (<손가락을 거기에 갖다 대지 마라>.) (프로이트,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146-151)
그는 <흰 말들이 자신을 물지도 모른다는 공포> 즉, <무는 말>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한스의 수음을 한스의 부모가 금지한 것과 관련이 있는데, 한스의 부모는 한스에게 <손가락을 거기에 갖다 대지 마라.>라고 했다. 이것은 한스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억과 합쳐져 공포증으로 발병하는데, 그것은 한스가 외출했을 때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딸에게 <흰 말에게 손가락을 내밀지 말아라, 손가락을 내밀면 무니까>라는 말을 들었던 것과 관련된다. 즉, 한스의 무의식에서는 그 두 개의 말이 <손가락을 거기에 갖다 대면, 흰 말이 문다>라는 식으로 압축되어 흰 말이 무는 것이 공포증의 재료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자위를 금지했다는 사실만으로 공포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위를 금지당할 때 당시에는 한스는 아무런 거세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거세 위협, 자위 금지 등이 공포증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어린아이의 성 이론, 남근의 보편성
프로이트는 이를 거세공포와 <어린아이의 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한스 - ‘아빠, 아빠한테도 고추 달려 있어?’
아버지 - ‘그럼 있고말고.’
한스 - ‘하지만 아빠가 옷 벗을 때도 난 아빠 고추를 한 번도 못봤는데.’
또 한번은, 한스는 엄마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옷을 벗는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엄마가 물었다.
엄마 - ‘뭘 그렇게 쳐다보니?’
한스 - ‘엄마한테도 고추가 달려 있나 보는거야’
엄마 - ‘물론이지. 너 여태껏 그걸 몰랐니?’
한스 - ‘아니, 난 엄마가 덩치가 크니까 말한테 달려 있는 것만 한 고추가 달렸을 걸로 생각했어.’
성적인 지식이 전무한 어린아이들은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있을까? 아마 아이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성적 환상이나 성적인 호기심을 설명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러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하여 저마다 이론을 만들어낸다. 한스의 경우, 모든 생물에게는 남근이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까 자위 금지와 거세 위협에 한스는 그 당시에 아무런 거세 위협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은 한스의 성 이론이 어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에게는 남근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남근의 보편성)했기 때문인데, 이때 한스의 아버지가 어머니와 여성들, 그리고 암컷들에게는 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따라서 자신 또한 남근이 없는 여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 자위 금지를 받은지 1년 3개월 후 자신의 성 이론이 반박되고 나서야 거세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여자들에게 고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전의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려 했다. (중략)
얼마 전에, 여자들은 정말로 고추가 없다는 성에 대한 한스의 깨우침이 그의 자신감을 뒤흔들어 놓고 또 거세 콤플렉스를 일깨워 놓은 것 같다. 고추가 없는 생물이 정말 이 세상에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사람들이 그의 고추를 잘라 내, 그를 이른바 여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이제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었다! (프로이트,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45-53)
두 번째 공포증
한스 – 사실 말 중에서 입에다 뭔가를 단 말이 가장 무서워.
나 – 그게 뭔데? 입에 달고 있는 게 쇠니?
한스 – 아니, 그 말은 입가에 뭔가 시커먼 걸 달고 있어(그러면서 그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나 – 그러면, 혹시 콧수염 같은 거 아니니?
한스 – (웃으면서)그건 아냐.
한스 – 뭔가 시커먼 거야. 가구 운반용 마차도 정말 무서워.
나 – 왜?
한스 – 말들이 무거운 가구 운반 마차를 끌다가 꼭 쓰러질 것 같아서 그래.
나 – 그러니까 너는 조그만 마차는 무서워 하지 않는구나?
한스 – 응 난 조그만 마차 우편 마차 따위는 무섭지 않아. 승합 마차가 와도 나는 무서워.
나 – 왜, 승합 마차가 크기 때문에 그러니?
한스 – 아니, 예전에 내가 그런 승합 마차를 끌던 말이 쓰러지는 것을 본 적이 있거든.
(프로이트,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65)
<입가에 시커먼 것을 한 말>이 무엇일까? 이는 성인 남성의 특권인 코 밑 수염과 안경, 아버지에게서 직접적으로 말들에게 전이된 것이다. 즉, 공포증의 대상은 자신의 어머니를 실질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경쟁자인 아버지이다. 다시 말해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방해하는 존재인 아버지>이다.
또한 <가구 운반용 마차들>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앞서 한스는 말이 쓰러져서 버둥거리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는 쓰러져서 버둥거리는 말을 보고 아버지가 저렇게 쓰러져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공포증의 대상은 쓰러질 가능성이 있는 말, 너무 빨리달리거나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니는 마차 등으로 바뀌었다. 즉, 공포증의 내용은 끊임없이 바뀌어도 그 본질은 한스가 어머니를 놓칠 것 같은 불안에서 오는 것이며 공포증의 대상은 <한스의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분석이 여기까지 진행되었을 때 한스는 갑자기 <똥>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한스는 갑자기 <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스는 이제 <똥 콤플렉스>에 집착하면서 대변보는 것을 연상시키는 모든 것에 대해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중략) 여동생에 대한 그의 첫 번째 태도는 적대감이었다. 아이가 또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 이후로 그의 의식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정신분석 과정에서 그는 누이동생이 죽었으면 하는 소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프로이트,<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145, 158)
똥과 여동생에 대한 적대감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 것일까? 여동생 한나 또한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경쟁자로서 자신이 홀로 독차지해야 할 사랑을 방해하는 경쟁자 중 하나인 것이다. 어린아이의 성 이론의 관점으로 보자면 어린아이들은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비밀에 대해서 여러 이론을 생각한다. 한스는 어머니가 임신하여 배가 부르고, 한나가 나오고 나서는 어머니의 배가 다시 들어간 것을 목격했다. 따라서 한스가 생각하기로는 엄마가 마치 똥을 싸는 것처럼 한나가 나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는 똥이다. 따라서 아버지-말 상징과는 다르게 이제는 대변에 대한 상징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 바뀐 공포증의 대상에 대한 의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어머니의 자궁은 상자를 뜻하며, 이것은 짐을 가득 실은 상자, 승합 마차, 가구 운반 마차 등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쓰러져서 버둥거리는 말은 한스의 아버지를 뜻할 뿐만 아니라, 분만을 하는 어머니에 대한 상징으로서도 작동했다.
결론
도라 뿐만 아니라 한스, 안나O, 슈레버, 늑대인간 모두 논란이 있는 사례들이고, 프로이트의 이러한 해석에 많은 학자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프로이트의 분석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한스는 명명할 수 없는 것에 겁먹는다. (중략) 한스의 경우에 놀라운 것은, 어린 나이임에도 68불구하고 프로이트가 시종일관 놀라움을 금치 못한 그의 뛰어난 언어 구사 능력이다. 그는 탐욕스럽게, 또 인상 깊은 재능으로 언어를 소화하고 재생한다. 모든 것에 이름 붙이려고 하다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 부딪힌다. 이미 한스가 그것들 나름의 의미작용(signification)을 발견하지 못한 채 자기 나름대로 많은 의미를 부여한 그것들 모두는, 프로이트가 지적한 대로 나르키소스적 자기 보존의 충동과 성적인 충동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다. 말에 대한 공포증은 명명할 수 없는 것에서부터 명명 가능한 것들까지의 모든 공포들을 압축해 놓은 하나의 상형 문자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그 치료는 어느 선까지는 틀림없이 성공을 거두었다. 왜냐하면 …충동을 히스테리로 전환시키는 수사법, 또는 충동의 순간을 제거시켜 주는 언어를 구사하면서, 명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새로운 은유들로 전환시키는 놀이에 몰두하였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치료법은 우리에게 명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친숙한 삼각형의 세 극점으로 되돌림으로써 새로이 공포가 생기게 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28, 70)
한스는 명명할 수 없는 것에 겁먹는다. 즉 상징화되지 않은 충동은 상징계에서 안정된 삶을 누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주체를 뒤흔드는 힘과 공포로 경험된다. 따라서 한스의 말 공포증은 이러한 상징화되지 않은 충동을 말과 관련된 은유들을 통해 통제하려고 노력한 결과이며, 프로이트의 분석 또한 명명화되지 않은 충동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상징으로 구획함으로써 어느 정도까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라캉주의자인 폴 베르헤이그는 한스가 가진 증상의 원인을 아버지에게서 찾는다.
자신이 허약자라는 것이 매우 분명한데도 오이디푸스적인 자리를 떠맡아야 한다는 것을 프로이트에게 배운 아버지(꼬마 한스). 한스의 어머니는 바지를 입고, 따라서 거세의 위협은 어머니로부터 온다. 어머니를 열망하는 아이, 심각한 거세 위협과 금지시키는 아버지, 그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는 아이라는 프로이트의 이론적인 모델은 임상 양상과 조금도 부합하지 않는다. 라깡적 해석이 임상 자료에 훨씬 가깝다. 향락의 침투에 직면하여 한스는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보호를 구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향락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어머니와 결부시키고 보호를 위해 아버지에게 의지한다. (폴 베르헤이그, <자크 라캉과 정신분석의 이면>, 74)
다시 말해 한스의 공포증은 아버지가 한스의 충동을 적절하게 상징화시키지 못한 결과이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이상적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혹은 상징적 욕망을 제시함으로써 어머니와의 상실을 견뎌내고 사회와 상징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아이는 아버지가 제시해준 상징으로 충동들을 하나둘씩 질서지워나갈 수 있고, 무질서할 충동을 욕망으로 대체할 수 있다. 아버지가 건강했더라면 아이는 충동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을터인데, 아버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한스는 스스로 충동을 말과 관련된 은유로 상징화하고자 시도했던 것이다.
이 밖에도 한스의 누나는 훗날 자살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건은 한스의 증상이 가족단위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역동에 기인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이트를 읽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프로이트야말로 증상을 무의식적 지평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선구자이며, 공포증의 내용이 변화무쌍하게 변해감에도 그 내용 속에 감추어진 무의식적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최초로 이론적 체계를 도입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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