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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프로이트

프로이트 :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 (1905) (심리성적 발달이론)

by φιλοσοφία 2024. 11. 30.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1905)와 심리성적 발달이론

   오늘은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이론"에 대해서 다루어볼까 한다. 우리는 교양 수업, 교과서, 다양한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에서 심리성적 발달이론을 볼 수 있다(구강기-항문기-성기기-잠재기-생식기 라고하는). 그러나 대부분 학생들은 이를 개론적으로 배우거나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외우기만 할 뿐, 이 발달 이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고 있는 많은 유튜브나 블로그에 있는 자료 또한, 1차 자료와 같은 출처가 전무하며, 전문적인 임상 지식에 근거해있지 않고 단지 사전적이거나 잘못된 지식이 대부분이다. 오늘의 주제인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1905)는 심리성적 발달이론의 근거가 되는 논문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 논문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논문에서도 다양한 이론적 가정과 근거만을 서술할 뿐이지 "구강기-항문기-성기기-잠재기-생식기"라고 하는 발달 단계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프로이트의 이 논문은 차별금지법이 대두되고 있는 현재 한국에 여러모로 흥미로울 수 있다. 왜냐하면 동성애에 대한 초기 프로이트의 주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서 동성애는 도착증의 한 종류이며, 기질적인 것이 아니라 성적 발달의 실패 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정신분석 및 임상의학의 관점에서 자유나 평등같은 이념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병리일 뿐이다. (물론 들뢰즈나 푸코같은 포스트모던 철학에서는 성 소수자를 환자로 취급하는 것에 저항하며, 이 철학이 현재 PC주의나 성 소수자 운동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 소수자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논리와 철학자들의 이론 사이에는 크나큰 괴리가 존재한다).

     한편 동성애와 도착증에 대한 논의는 후기로 갈수록 굉장히 체계적으로 발전된다. 일단 이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기질적인 성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성욕이 처음에는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방식으로(즉 도착적으로) 존재하지만, 발달단계를 거치며 이성을 향한 사회적인 욕망으로 성숙해진다고 서술한다. 동성애와 도착증에 대한 더 발달된 논의는 몇주 후 <페티시즘에 대하여> 혹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유년 시절의 분석> 등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도착증이란 무엇인가?

   성욕 도착에서 병적인 특징은 새로운 성 목적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성 목적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있다. 모든 경우에 성 목적과 성 대상을 완전히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간단히 말해서 성욕 도착이 배타성과 고착이라는 특성을 지닌다면 우리는 그것을 병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 52)

 

    정상적인 성욕과 성행위라고 한다면 성기의 결합과 번식이라는 정상적인 성 목적과 그에 적절한 대상(이성)일 것이다. 하지만 도착증은 정상적인 성 목적과 대상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에서 병리적인 특성을 가진다. 즉, 우리가 성관계를 하다가 키스를 한다던지, 다른 신체부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병리적인 성적 도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위들은 오히려 정상적인 성행위와 결합되어 있거나 그것에 봉사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완전히 벗어난 성 목적과 대상은 무엇이 있을까? 스타킹, 구두, 동성과 같은 성기의 결합과 관계없는 성 대상이나 사디즘, 마조히즘, 노출증과 같은 성 목적은 정상적인 성 목적과 대상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에서 병리적 도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상 성욕의 원인은 무엇일까?

 

신경증과 도착증의 원인 - 도착적 성욕

 

     도착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도착증은 후천적인 것일까, 선천적인 것일까? 그리고 육체적인 것일까, 정신적인 것일까?  우리는 흔히 동성애를 기질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처음에 태어났을 때부터 "동성애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는 도착증을 후천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프로이트는 도착증의 원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신경증에 대해서 설명한다.

모든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정신 신경증 환자들은 성 본능의 힘 대문에 생겨나는 것부터 설명해야 되겠다. 나는 이 말로 단지 성 본능의 힘이 병적인 증상을 유지시키는 데 기여한다고만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 기여가 신경증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불변의 근원이 되며 (중략)
(프로이트,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 55)

, 신경증의 증상은 억압된 성 본능을 방출하는 하나의 기관이다. 특히 히스테리 환자는 자신의 성적인 소망을 육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도착증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를테면 도라 또한 K씨에 대한 욕망을 억압했다. 야뇨증, 목의 염증, K씨와의 키스에서 느껴진 입의 감각 모두 목과 입이라는 기관으로 고착되어서 상징적으로 묶이고, 기침과 천식이라는 히스테리 증상을 발현시켰다는 것이다. , 도라는 기침과 천식으로 리비도를 방출하며 K씨와의 키스를 재현한다. 이렇게 생겨난 신경증의 증상은 증상 자체가 하나의 ‘성감대 역할을 하고, 증상으로 성욕을 방출하면서 만족을 얻는다. 결론적으로 신경증의 증상은 정상적인 생식기가 하는 역할과 동일하다.

본능의 억압과 성욕에 대한 반감 사이에서 질병이 그에게 돌파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은 그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리비도적인 충동을 증상으로 바꿈으로써 그 갈등을 회피하려고 한다. (프로이트,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 57)

 

이처럼 신경증은 자신의 성욕과 소망을 부정하고 억압함으로써 생기는데, 다만 신경증자의 성욕과 소망은 근친상간과 같은 비정상적인 욕망이라는 점에서 도착증과 비슷하다.  그래서 신경증자는 그것을 억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신경증 형성 과정에서 이미 성욕 도착이 존재하고, 그것을 억압하면서 신경증의 증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증은 도착증(,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의 부정이다.

 

증상들의 일부는 비정상적인 성욕의 희생을 대가로 형성된다. 말하자면 신경증은 성욕 도착의 부정인 셈이다. (프로이트, <성욕에 대한 세 편의 에세이>, 58)

 

따라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법을 받아들여 본능을 억압할 경우 그는 신경증자가 되며, 법을 무시하고 본능에 충실할 경우 도착증자가 된다.

 

    신경증의 기저에 도착적인 성욕이 존재한다는 이 설명은 도착적인 성욕의 근원이 정상적인 기질의 일부이며, 아동들에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왜냐하면 신경증자의 억압된 소망은 언제나 유아기때 고착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이 시기부터 유아들에게 도착적인 성생활이 존재하고, 성욕에 발달단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아기의 성욕 - 도착적 성욕과 자가 성애 

 

     유아들의 성 충동은 복합적이고, 도착적이며, 성기적인 범위를 넘어선다. 성인들의 성생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유아들은 자기 자신의 몸에서 만족을 끌어낸다는 점이다. 유아들은 성 감대 주변에 적절한 자극을 통해, 만족 경험의 반복을 통해, 아니면 어떤 본능들을 통해서 성적인 흥분을 알아차린다. 그것들은 손가락을 빠는 행위, 배변을 참거나 항문을 수축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 생식기 주변을 자극하는 수음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구강, 항문, 남근으로부터 만족감을 얻어내는데, 이 각각의 기관들은 히스테리의 증상과 같이 리비도를 방출하는 생식기로서의 특성을 갖는다.

 

    이를테면 구강 충동은 맨 처음 어머니의 젖을 빠는 행위로부터 다른 대체물을 향해 나아가는데, 이는 처음에 따뜻한 모유를 섭취하는 영양분의 만족과 결합되어 있다. , 식욕과 성욕이 분리되지 않았다. 이런 욕구들의 결합은 어머니와의 융합을 성 목적으로 두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식인인데(특히 클라인에게), 어머니를 모두 집어삼켜 자기애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과의 결합에 그 성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초적 동일시는 대상 선택에 밑거름되는 중요한 단계로서, 대상을 선택하는 첫 번째 방식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또한 아버지와의 동일시로 극복되니, 동일시가 없다면 대상 선택 또한 없다(이 견해는 늑대인간을 통해 주장되고 강화되었다). 이러한 결합은 나중에 엄지손가락 등의 대체물을 찾아 이동할 때 식욕으로부터 성욕이 분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론 : 심리성적 발달이론의 핵심

 

    따라서 심리성적 발달이론은 "만족을 얻는 방법", "성 본능을 방출하는 방법"이 발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여러 교과서에서 나와있는 것처럼, 생물학적인 나이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1세에서 2세가 된다고 저절로 항문기에 진입하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구강기적으로만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달은 어머니 및 아버지가 욕구를 방출하도록 허용하거나 금지함에 따라 그 시기가 달라진다. 만일 그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이 외상적이고 강렬하다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 단계에 고착되어 버린다. 예를 들어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의 품과 젖을 요구하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거부했다고 해보자. 아이는 "아, 세상은 나를 받아주지 않는 곳이구나"라고 느끼며 좌절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좌절이 이른바 <전이의 모체>가 되어 훗날 인간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핵이 된다. 이 아이는 학교나 친구, 직장 어디에서든 타인을 <나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으로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품을 찾아, 정확히는 이 시기에 경험했어야만 하는 구강기 만족을 찾아서 술, 담배 등에 중독된다. 이 경우 술, 담배는 <젖가슴의 무의식적 대체물>이며, 이 환자의 인간 관계, 증상 등은 그가 구강기에 고착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다음 글에서 나는 항문기에서 남근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어떠한 병리를 낳을 수 있는지 <늑대인간> 사례를 통해 조명할 것이다.